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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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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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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로 그 때,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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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주아내
철환씨, 어쩌죠.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.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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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전 11:3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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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전 11:3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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왜 뛰어왔어요.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... 이마에 땀 좀 봐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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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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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주아내
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. 죄송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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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전 11:3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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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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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,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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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.'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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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,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.'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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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.'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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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.'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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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.'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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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.'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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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,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,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.'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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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.'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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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지난 밤,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.'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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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.'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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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주가 거리에 서서,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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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전 11:3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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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주 이 놈, 왜 사과를 보냈대요. 장사는 뭐로 하려고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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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,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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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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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,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,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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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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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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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..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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