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랑이란   감동썰   0   1   1

결혼식 축의금 13,000원

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.
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.
이럴리가 없는데, 정말 이럴리가 없는데...
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.
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.
바로 그 때,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.
형주아내
형주아내
철환씨, 어쩌죠.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.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...
오전 11:33
오전 11:33
왜 뛰어왔어요.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... 이마에 땀 좀 봐요.
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.
형주아내
형주아내
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. 죄송해요.
오전 11:33
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.
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,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.
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.
'철환아, 형주다. 나 대신 아내가 간다.'
'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.'
'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,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.'
'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.'
'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.'
'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.'
'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.'
'하지만 슬프진 않다.'
'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,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,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.'
'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.'
'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.'
'지난 밤,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.'
'신혼여행가서 먹어라, 친구여.'
'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.'
'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.'
'해남에서 형주가.'
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.
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.
형주가 거리에 서서,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.
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.
오전 11:38
형주 이 놈, 왜 사과를 보냈대요. 장사는 뭐로 하려고...
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.
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,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.
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.
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,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,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.
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.
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.
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.
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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